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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120

<고구려유적 답사> ① 날개 단 만리장성?
작성자 :
다물넷  (IP :112.156.180.104)
적성일 :
2010-02-04
조회수 :
3455


  

날개 단 만리장성

(단둥<중국>=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중국 단둥 압록강변의 이른바 호산장성. 중국 당국은 고구려시대 성곽 위에 21세기 성곽을 새로 만드는가 하면 박물관을 지어 이곳이 만리장성 동쪽 기점이라고 선전한다. 박물관 한글 안내판에는 '중국 명 만리장성 동단(東端) 기점'이라 해놓고 그 밑칸에는 '萬里長城 東端 起點'(만리장성 동단 기점)과 'This is the Starting of Easter Great Wall'(이곳은 만리장성 동단이다)라는 중국어 및 영어 안내판엔 '明'(명), 혹은 그에 대한 영문표기인 'Ming'라는 말을 뺐다. 2010.1.26 << 문화부 기사참조 >>
taeshik@yna.co.kr


※ 편집자주 = 중국 동북지방은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한국과 중국간 역사논쟁의 중심에 있다. 연합뉴스는 이 일대에 남은 고구려와 고조선 등의 유적과 동북공정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답사를 기획했다. 이를 위해 고조선 문화와 밀접하다는 랴오닝(遼寧) 반도 고인돌 유적과 환런(桓仁)과 지안 등의 고구려 유적지를 돌아봤다. 고조선학회와 함께 한 이번 답사 성과를 지역에 따라 총 5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압록강 어귀에 새로 만든 만리장성
중국 역사왜곡 가속화, 호산장성 '단장'

(단둥=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허베이성(河北省) 산해관(山海關)에서 끝난 만리장성이 날개를 달았나 보다. 아니면 자가 복제를 했거나.

   산해관 만리장성과 판박이인 21세기판 중국의 만리장성이, 그것도 옛날 고구려 성곽을 발판삼아 갑자기 압록강 어귀에 나타났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실물을 대하니 어이가 없다.
중국 당국은 압록강 너머 북한의 의주 땅을 바라보는 랴오닝성 단둥(丹東)에 '중국 명 만리장성 동단(東端) 기점'이라는 한글 표지판을 굳이 내건 21세기판 새로운 만리장성을 왜 만들었을까? 더구나 그런 표지판이 맨 위 칸을 차지한 것을 보면, 분명 이 기념물은 한국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바로 밑 칸의 '萬里長城 東端 起點'(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는 중국어 안내판과 다시 그 바로 아래 칸 'This is the Starting of Easter Great Wall'(이곳은 만리장성 동단이다)에는 왜 '明'(명), 혹은 그에 대한 영문표기인 'Ming'과 같은 말이 빠져 있을까?
이런 표지판만 보면, 한국인에게는 이곳은 '명 만리장성'의 동쪽 끝지점이겠지만, 중국 내국인이나 영어를 이해할 수 있는 나머지 외국인들은 만리장성과 흡사한 '호산장성'(虎山長城)이라는 성곽을 만리장성의 동쪽 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지에서는 호산(虎山), 즉 호랑이 산에 있는 산성이자 만리장성의 일부라 해서 호산장성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산 능선을 따라 이미 명나라때의 만리장성 색채가 나는 새로운 성벽이 들어섰다. 또 이 성벽이 압록강을 만나 끝나는 지점에는 박물관을 개관하고, 그 외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중국 명 만리장성 동단 기점' 운운하는 한글 간판까지 내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호산장성 한쪽에는 '호산장성'이란 큼지막한 현판을 내건 거대한 성문과 각종 기념물을 만들어 놓고는 이곳이 만리장성 동쪽 기점임을 선전하는 각종 문구를 곳곳에 새겨 놓았다.

   고조선학회(회장 서영대)가 기획한 이번 중국 동북지방 일대 답사에 참가한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저런 걸 보고 지금 우리는 비웃지만, 100년이 지나면 이곳이 만리장성 동쪽 기점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면서 "아마도 그때쯤이면 우리 학자 중에는 '만리장성 동단이 산해관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몰지각한 연구자가 있다'는 식의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헌 같은 데서 정확한 명칭이 보이지 않는 유적은 현재의 지명을 빌려 '○○유적' 같은 식으로 흔히 부른다. 그런 점에서 압록강 너머 신의주를 마주하는 중국 동북방 변방도시 단둥(丹東) 교외 호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에 위치한 고대 성곽을 '호산성'이라고 부른다면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실제 이 호산에는 중국 당국이 최근에 급조한 '호산장성'이 들어서긴 했지만, 이런 '장성' 성벽이 들어선 산 능선을 따라 고대 성곽의 흔적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굳이 이 성곽에다가 굳이 호산 '장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베이징과 가까운 허베이성(河北省) 산해관(山海關)이란 곳에서 발해만과 만나면서 끝나는 만리장성을 압록강 어귀까지 연장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산해관에서 끝나는 만리장성은 적어도 직선거리 기준으로 400㎞ 이상 '연장'되는 셈이 되며, 실제 중국 동쪽 국경이 끝나는 지점과 대략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진나라 때 시황제가 쌓았다는 만리장성은 물론이고, 이를 토대로 명나라 때 재건축한 만리장성이 산해관을 넘었다는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다. 문헌기록도 없고, 고고학적 흔적도 없다.

   할 수만 있다면 만리장성을 한없이 늘리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 중국 당국은 바로 이 '호산성'을 주목했다. 동쪽으로는 압록강을 끼고, 서쪽으로는 압록강에 합류하는 지류인 애하라는 작은 강이 감돌아 흐르는 해발 146m 호산 일대에 고대 성곽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행정구역으로는 단둥시 관전현(寬甸縣) 호산진(虎山鎭) 호산촌(虎山村)이란 곳에 위치하는 '호산성'을 둘러싼 만리장성 동단 만들기가 더욱 씁쓸한 이유는 이 고대 성곽이 바로 고구려시대에 고구려인들이 축조한 성곽이기 때문이다.

   중국 지린대학에서 오래 유학해 이번 답사반의 가이드가 된 복기대 박사는 호산성 성벽이 압록강으로 합류하면서 끝나는 지점에 들어선 '호산장성박물관' 경내로 답사반을 안내하고는 "이 산성을 흔히 국내에서는 고구려 박작성(泊灼城)이라고 알지만, 그런 증거는 아무 데도 없으며, 지금으로서는 그냥 고구려성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 박사는 산해관 만리장성처럼 복원해 놓은 '호산장성'이 끝나는 지점의 움푹하게 팬 곳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움푹한 곳이 고구려시대 우물이 발굴된 터이며, 그 바로 뒤 돌 담장 같은 것이 바로 고구려시대 성곽입니다. 저쪽 한쪽 귀퉁이에 돌무더기 보이죠? 저건 중국 사람들이 이 산성을 만리장성으로 만드는 데 쓰다 남은 돌입니다."
그러면서 이 박물관 한글 안내판에 얽힌 사연도 덧붙였다.

   "처음에는 '중국 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고 했다가, 한국 쪽에서 하도 많이 항의하니까 만리장성 앞에다가 '명'이라는 말만 달랑 하나 더 붙였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어나 영어 안내판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마침 혹한기라 이곳을 찾는 사람은 답사반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갔으며, 앞으로도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곳을 다녀갈 것이다. 그 가운데는 한국인도 많을 것이다.

   관람객 1인당 10위안씩의 입장료를 걷는 이른바 '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는 '호산장성'을 뒤로 하고, 왼편으로 압록강을 끼고 다시 단둥시로 향하는 답사반의 마음은 무거워만 졌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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