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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123

<고구려유적 답사> ④ '청천강으로 뻗친' 만리장성
작성자 :
다물넷  (IP :112.156.180.104)
적성일 :
2010-02-04
조회수 :
3506


  최근 개관 번시박물관에 걸린 한사군지도

(번시=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고구려 초기 도읍지 중 한 곳인 환런(桓仁)은 현행 중국 행정구역상 랴닝성(遼寧省) 번시시(本溪市) 환런현(桓仁縣)이다. 환런을 이야기할 때 곧잘 그 상위 행정구역인 번시(本溪)를 망각하곤 한다.

   번시 시정부에서는 지난 11일 번시박물관(本溪博物館) 신관을 개관했다. 1980년에 문을 연 기존 시립박물관을 대체하는 이 신관은 2006년 10월20일에 착공해 27개월 만에 공정을 마무리하고 일반 공개를 시작한 것이다.

  


<<번시박물관 외관>>
지하에 있을 유물 수장고를 뺀 지상 건물 2층 규모인 박물관 외관은 높이와 사방 너비가 대략 같은 방형 건물 2채를 이어붙인 형식인 쌍둥이 빌딩이다. 입장권과 함께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안내 팸플릿을 보니, 다리 네 개가 달린 청동 솥인 방정(方鼎) 2개를 나란히 세운 모습을 본떴다고 한다.

   방정은 중국 고대문화, 특히 은ㆍ주(殷周)시대의 중원 지역 청동기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이지만, 이곳은 중원에서는 한참이나 떨어진 데다, 이런 유물이 거의 출토된 적이 없는 번시 지역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번시박물관 내부>>
번시 시내 중심에 있는 박물관은 대지 1만5천900㎡에 건축면적 8천㎡, 전시실 면적 4천㎡, 수장고 규모 2천500㎡로 시립박물관으로는 제법 큰 규모에 속한다. 중국의 여타 지방박물관이 그런 것처럼 이 박물관 또한 선사시대 이래 명ㆍ청시대에 이르는 이 지역 역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하는 유물을 집중 전시했다.

   이곳을 다 둘러본 다음, 박물관 전시 도록을 찾았더니, 박물관 직원들이 하는 말이 "아직 (도록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마도 개관을 서두른 모양이다. 하지만 신식 박물관답게 전시실은 조명이나 전시기법 등이 모두 깔끔했으며, 이곳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번시 지역 문화의 흐름이나 양상은 대강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짜임새가 있었다.

  

<<번시박물관 西山석곽묘 모형>>
이 지역 출토 유물은 2층에 집중 전시되어 있었다. 여타 박물관이 시대, 혹은 왕조별로 세분한 것과는 달리 이곳은 '번시의 기억'(本溪的記憶)이라는 하나의 전시장 안내판만 내건 점이 무척이나 특이했다.

   그렇지만 전시실은 시대, 혹은 왕조별로 4개 소주제관으로 세분했다.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번시 지역이 옛날 고조선 영역에 포함된 것은 틀림이 없는 듯하고, 고구려가 흥기한 곳이 다름 아닌 이곳이니 우리의 관심은 자연 이 지역 청동기시대와 고구려 시대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번시박물관 한사군 지도>>
구석기시대 이래 시대순을 따라 유물을 관람하던 답사반은 제3 소주제관인 '연ㆍ한(燕漢)의 동진과 고구려 문명'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양쪽 벽면을 장식한 역사지도를 보고는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왼쪽편에는 한 무제가 위만조선을 멸하고 그 땅에 설치했다는 낙랑ㆍ진번ㆍ임둔ㆍ현도의 이른바 '한사군 지리위치도'(漢四郡地理位置圖)가 걸렸고, 맞은편엔 '전국시기 연국 지리 위치도'(戰國時期燕國地理位置圖)가 있었던 것이다.

  

<<본계박물관이 연나라 유물이라 소개한 동경>>
한데 지도 내용이 어처구니 없었다. 중국 전국 칠웅 중 하나인 연나라가 쌓았다는 소위 '연장성'(燕長城)은 랴오허(遼河)를 넘어 엿가락처럼 죽 아래로 늘어져 압록강을 건너 청천강 유역까지 연장했는가 하면, 한나라 때 한사군 동쪽에 설치했다는 요서군(遼西郡)은 이러한 연장성을 경계로 청천강 유역까지 관할했던 것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이곳 번시박물관이 위치한 번시 일대만 해도, 전국시대에는 고조선 영역이었던 적은 없고, 오직 연나라에만 속했다는 결론만 나온다. 실제 이렇게 역사지리를 만들어 놓고 보니, 중국의 전국시대에 해당하는 유적ㆍ유물로, 번시 지역에서 발굴된 모든 것, 예컨대 청동단검 같은 것이 모두 연나라 사람들의 유산이 된 셈이다.

  

<<미창구 장군묘 모형>>
연장성을 누가 청천강까지 그었을까? 답사단을 인솔한 복기대 박사의 말이다.

   "우리의 저명한 고대사학자들이지요. 제국주의 시대 일본 학자들이 그렇게 주장해 놓은 것을 무비판적으로 우리 학계가 받아들였지요. 연장성이 청천강까지 미쳤다는 건 다른 무엇보다 고고학적으로도 전혀 증명되지 않는 낭설입니다. 중국 학계에서야 얼마나 편합니까? 한국학자들이 그렇게 주장하니까 연장성을 청천강까지 그었지요."
이런 문제점이 있지만, 환런 지역 미창구 장군묘라는 고구려시대 고분의 모형을 비롯해 어느 곳보다 많은 고조선 혹은 고구려 관련 유물이 많이 전시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번시박물관은 중국 동북지역 관련 유적을 답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향후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될 성싶었다.

  

<<환런 고려묘자(高麗墓子) 출토 고구려 토기>>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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