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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몽 김산호 역사회화전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가는 28일 오전. 앞이 보이지 않도록 눈발이 휘날렸다. 모처럼 겨울다운 날씨라 상쾌했지만 걱정이 됐다. 눈이 많이 오니 전시장 문을 늦게 여는 것은 아닐까. 일층 특별전시장 입구에 다가가도록 오가는 사람이 전혀 없어 초조해지기까지 했으나 문은 열려 있었다. 눈이 많이 오는 날, 아침나절부터 전시장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11일부터 열리는 만몽 김산호(67ㆍ민족사학자, 화가ㆍ사진)의 역사회화전은 특별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그림이 아니라 우리 역사를 그린 역사화다. 그것도 학교에서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역사를 그림에 담았다.

"광주에서 처음 전시하는 건데 반응이 뜨겁습니다. 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왔고 지금은 개인적으로 오는데 보고 그냥 가는 게 아니고 질문을 하고 뭔가를 적어갑니다. 선생님들이 와서 보고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는 것같습니다."

김산호 화백의 말이다.

관람객들은 두 번 놀란다고 한다. 단군이 한 사람이 아니고 47명이었다는 데 놀라고 우리 고대사가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데 또 놀란다고 한다.

왜 역사를 그림으로 그리는 걸까. "이 땅에 계속 있었으면 그리지 않았을 것인데 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이 잘 보였다. 외국 미술관은 역사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다. 뉴욕 박물관의 경우 전시품 반 이상이 그 나라의 역사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역사회화는 그림을 통해 본 다큐멘터리다. 그리고 사업상 중국을 자주 여행하면서 훼손되지 않은 우리 역사를 많이 보았다. 그것을 그림으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에 서양화에서 기록화로 방향 전환을 했다. 그때가 1979년이다. "

이후 15년 간 혼신의 힘을 다한 끝에 만몽은 '대쥬신제국사'를 비롯한 한국105대천황존영집, 치우천황, 단군조선, 대제독 이순신 등 민족 역사와 자긍심을 전통회화기법으로 그려내어 역사회화극본이라는 기념비적인 장르를 구축했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한마디로'민족사관으로 본 우리 역사'.
그의 그림을 보니 힘과 패기가 넘치고 뭔가 가슴에서 뭉클한 게 올라온다. 충격과 감동이 밀려온다. '한단고기'와 같은 민족사서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황당함'도 느꼈을 법하다.

그는 전시회 중이지만 강연도 자주 한다. 이날 오후 6시에도 광주국학연합 회원들에게 우리 역사강의를 한다. 그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읽는 방법을 강의한다고 했다.

역사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눈을 맞고 전시장을 찾은 보람이 있다. 이 전시회는 1월2일까지 계속된다.

정유철 기자